
뚝섬선착장 바이닐.
배는 뜨지 않지만 사람들은 모여든다. 한강버스 선착장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의 새로운 감성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버스가 일시적 무승객 시범운행 중이지만 선착장만큼은 카페와 치킨매장, K-라면 체험존 등으로 채워 시민과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통창 너머 펼쳐지는 한강의 시간들
망원·여의도·압구정·뚝섬·잠실. 다섯 개 선착장에 자리한 '한강뷰 카페'는 각기 다른 표정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망원선착장 3층 '뉴케이스'는 카페이자 전시 공간이다. 거대한 통창으로 쏟아지는 석양은 누군가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채우고, 반려견과 함께 온 연인들은 노을 앞에서 추억을 남긴다.
해가 지면 뚝섬선착장 3층 LP청음카페 '바이닐'에 불이 켜진다. 5000여 장의 LP 중 하나를 골라 턴테이블 위에 올리는 순간, 이곳은 누군가만의 작은 콘서트홀이 된다. 바늘이 음반을 타고 흐르는 소리와 함께 한강의 야경이 창밖으로 펼쳐진다.
여의도선착장 120평 규모 스타벅스는 크루즈 선실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로 꾸몄다. 커피 한 잔에 맥주 한 모금, 그리고 한강의 윤슬. 하루의 피로가 물결처럼 흘러간다.
치맥과 라면, 한강에서 다시 쓰는 추억

한강버스 뚝섬 선착장에 위치한 BBQ 매장 모습. 사진/제너시스BBQ 그룹 제공
"한강에서 치킨 먹으면 맛있잖아요." 누구나 한 번쯤 했을 이 말이 다섯 선착장에서 현실이 됐다. BBQ 매장 통창 앞 자리는 늘 만석이다. 한강공원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 한 잔, 바삭한 치킨 한 조각이면 충분하다.
선착장 편의점에 들어서면 거대한 '라면 라이브러리'가 눈에 들어온다. 국내외 인기 라면이 빼곡히 채워진 진열장 앞에서 사람들은 한참을 고민한다.
2층 라면체험존으로 올라가면 즉석조리기가 기다린다. 물이 끓고, 면이 익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일명 '한강라면'을 직접 끓이는 이 시간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의식이 된다. 컵라면 모양 시식대 앞에서 사진을 찍는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배 없는 선착장의 새로운 항해
한강버스는 아직 시민을 태우지 못하지만, 선착장은 이미 목적지가 됐다. 누군가는 LP를 듣기 위해, 누군가는 노을을 보기 위해, 또 누군가는 라면 한 그릇을 끓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남은 추석 연휴 한강 선착장에서 한강뷰를 바라보며 색다른 문화와 여유를 즐기길 바란다"며 "한강이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이 되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채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 갈 곳이 막연하다면 한강 선착장으로 향해보는 건 어떨까. 거기엔 배 대신 낭만이, 승객 대신 추억이 정박해 있다.
김한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