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로로 개선 방안. 2025.09.08.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서부간선도로 평면화를 중단하고 기존 도로 용량을 확대한다고 8일 밝혔다.

서울시는 "2013년부터 시작된 기본계획 수립 당시 보행 친화와 녹지 확충을 중심으로 설계됐던 기존 계획이 현재의 교통 상황과 도시 여건에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시는 출퇴근길 교통 정체 완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도로 기능을 조속히 회복하고 도로 용량을 오히려 늘려 교통 흐름을 개선한다.

만성적 차량 정체를 완화하기 위해 도로 가운데 중앙분리대를 축소하고 그 자리에 1개 차로를 추가로 확보해 4차로를 5차로로 늘린다. 늘어난 차로는 교통 정체가 심한 출퇴근 시간대 교통량에 따라 가변차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당초 일반도로화를 위해 설치 예정이었던 신호교차로는 전면 보류한다.

현재 진행 중인 오목교 교차로 평면화 공사는 즉시 중단한다. 지하차도를 원상 복구해 도로 본래 기능을 회복한다. 대체도로가 부족한 상황에서 공사로 인한 교통 불편과 교차로 평면화 이후 교통 흐름 악화를 우려하는 시민 의견을 적극 수용한 결정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일직방향 지하차도 공사는 즉시 중단한다. 복구 작업은 추석 명절 전까지 완료한다.

시는 폭이 넓어 이용하기 쉬운 보행육교 설치, 도로 상부를 활용한 덮개공원 조성 등 새로운 방식의 공간 활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서울~광명 고속도로가 완공돼 향후 대체도로가 추가로 확보되면 교통량이 분산될 것으로 시는 예상했다. 그러면서 교통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서부간선도로의 일반도로화·평면화 추진 여부를 검토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시는 밝혔다.

공사 중단으로 인한 매몰 비용은 1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안대희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이날 기자 설명회에서 "기존을 다 원상 복구하는 게 아니라 지역 여건에 맞춰서 다시 설계를 변경해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오목교 하부에 공사 중이던 부분이 있는데 원상 복구하는 5억~10억원 사이 정도"라며 "지금이라도 멈춰서야 원상 복구하는 게 좀 더 쉽고 시민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대중 도로기획관도 "총 1256억 사업비가 (책정)돼 있는데 이제 2차년도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 투입된 비용이 그렇게 많은 비용은 아니다"라며 "총 연차별 투자 계획에 따라서 1256억이라는 투자를 예산을 투입할 계획으로 이미 잡혀 있었다"고 언급했다.

교차로 등 변경 계획. 2025.09.08. (자료=서울시 제공)

이로써 2013년부터 12년째 추진된 '서부간선도로 일반도로화 및 친환경공간 조성 공사'가 사실상 중단되게 됐다.

이 공사는 서부간선도로 내 영등포구 구간(목동교~신정교, 2㎞)과 금천구 구간(광명교~금천교, 1.7㎞)의 차로 폭을 줄이고 도로변에 보도와 녹지를 조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또 오목교와 광명대교 구간에 있던 입체교차로를 평면교차로로 변경하면서 보행 친화성을 높일 계획이었다.

2023년 9월 착공해 내년 6월까지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경기 화성에 거주하는 20대가 디시인사이드 순경 준비생 갤러리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서부간선도로에 떨어뜨려 살해하겠다'는 위협 글을 올렸다가 당일 오후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서울시의회 여당인 국민의힘은 서부간선도로 평면화 사업으로 인한 교통 체증은 오세훈 현 시장이 아닌 박원순 전 시장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채수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4일 논평에서 "얼마 전 '오세훈 서울시장을 서부간선도로에서 살해하겠다'는 협박 글이 화제가 됐다"며 "교통 체증으로 치민 분노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분노를 터뜨릴 대상은 오 시장이 아니라 전임 박원순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 전 시장 시절인 2013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도로로 단절된 공간을 녹지와 보행로 등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상습 정체 구간인 이 지역의 현실을 무시한 채 설계된 졸속 정책이었음이 최근에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한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