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깃발

인천 한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임금 문제로 갈등이 있던 현장소장을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형사2부(부장판사 임영우)는 3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56)씨에게 원심과 같이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2심은 또 A씨에게 5년간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령하고,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어떠한 방법으로도 연락하거나 접근하지 말 것' 등의 준수사항을 부과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자에 대한 살해 의사를 암시했던 것으로 보이고, 범행 도구를 소지한 채 피해자가 있는 사무실로 가서 그를 살해했다"며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한 마음을 먹고 (범행 장소에) 찾아간 사실을 인정한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이 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주장하는 양형 사유는 대부분 원심에서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관해 새롭게 참작할 만한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일부 참작할 사정이 있더라도 이 사건 살인 범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며 "피고인이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 여러 양형 사유를 종합할 때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평가되지 않아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A씨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만나 살해하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2분 남짓에 불과하다"면서 "범행 전 상황, 범행 시간과 도구, 가격 부위, 골절 정도, 공격 강도 등에 비춰볼 때 수법이 매우 잔인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망한 피해자와 그 유족이 느꼈을 고통을 상상하기 어려움에도 피고인이 그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는 사정은 찾아볼 수 없다"며 "피해자의 유족이 여러 차례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31일 오후 1시15분께 인천 미추홀구 한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 사무실에서 현장소장 B(50대)씨의 머리, 등, 어깨 부위를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심정지 상태로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앞서 A씨는 같은해 4월부터 10월까지 해당 공사현장에서 단열재 시공 업무를 담당했고, B씨는 매월 근로자별로 시공한 세대수를 산정해 임금을 정산하는 현장소장이었다.

A씨는 업무를 시작한 달부터 계속해서 B씨에게 "시공 단가가 다른 공사현장보다 낮다"고 주장하며 추가 임금 지급을 요청했으나 이를 거부당했다.

그러자 A씨는 범행 전날 특별한 근거 없이 'B씨가 중간에서 근로자들의 임금을 착복하기 위해 다른 공사현장보다 낮은 단가를 적용했다'고 오인해 그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종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