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사고임을 인정받았던 지난 2018년 고속도로 부부 사망 사건이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대법원은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달 18일 A씨 부부 유족 측이 BMW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18년 5월 BMW 승용차를 남편을 태우고 호남고속도로 부근을 달리던 중 갓길 위를 지나다 도로에 설치된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A씨 부부 모두 숨졌다.
해당 차량은 사고 이틀 전 BMW코리아에 해당 차량 점검을 맡겼다 사고 전날 정비를 마치고 돌려받은 상태였다. 유족 측은 "당시 차량이 정상적으로 운행됐고, BMW코리아 측이 차량 점검 의뢰를 받고 제대로 정비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BMW코리아 측은 "사고 무렵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은 것에 비춰 볼 때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해 밟은 것"이라고 맞섰다.
1심은 BMW코리아 측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가능성을 인정해 유족 2명에게 각각 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사고 발생 시각이 오전 11시로 맑은 날이며 운전자가 건강 문제가 없었고, 엔진 결함이 있을 때 브레이크 페달이 딱딱해질 가능성을 고려해 A씨가 정상적인 운행을 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A씨가 정상적으로 차량을 운행하고 있던 상태에서 제조업체인 BMW코리아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결국 차량의 결함으로 인한 사고라고 판단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BMW코리아는 사고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제조물책임법상 피해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는데, 유족 측이 제시한 증거로는 해당 사고에서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른바 '급발진 사고' 유형에서 사고가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태에서 제조업자의 배타적인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발생했음을 증명하려면 운전자가 급가속 당시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사정, 즉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한다"며 "원고들이 들고 있는 사정은 이 사건 사고가 매우 이례적이었음을 나타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자동차가 어느 지점부터 어떠한 경위로 급가속을 하게 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며 "나아가 자동차에는 이 사건 사고 이전에 결함을 의심할 만한 전조 증상이 있었다거나 동종 차량에서 이상 증상이 발생했다는 등 이 사건 자동차 급가속의 원인으로 의심할만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법원은 "대부분 차량의 제동등은 브레이크 페달과 연결된 스위치로 작동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제동등이 점등되고 여기에 엔진이나 브레이크 계통의 이상은 간섭할 여지가 거의 없음을 고려하면, 제동등이 점등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정은 이 사건 사고 당시 A씨가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을 가능성을 짐작하게 한다"고 했다.
허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