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법원종합청사 전경.
송유관까지 120m 길이의 땅굴을 파 석유를 훔친 4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재판장 신현일)는 송유관안전관리법위반, 특수절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이 선고한 징역 3년6월을 유지했다.
조직적 범행, 피해 회복 노력 없어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양형요소로 주장하는 여러 사정은 이미 원심의 변론 과정에 드러났거나 원심이 충분히 고려했다"며 "원심 선고 이후 양형기준에 별다른 사정변경을 찾아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으로 상당한 수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피해 일부라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정이 보이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5개월간 120m 땅굴 굴착
A씨는 B씨 등 5명과 함께 송유관에 설치된 도유시설을 이용해 2023년 9월부터 10월까지 총 7회에 걸쳐 시가 3500만원 상당의 경유 2만1112ℓ를 절취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같은 해 2월부터 7월까지 주식회사 대한송유관공사가 관리하는 송유관 매설 지점에 인접한 경기 안성시의 한 창고에서 삽, 곡괭이, 전동드릴 등을 이용해 흙을 파내는 방법으로 송유관까지 땅굴을 파고 도유시설을 설치한 혐의도 있다. 땅굴 길이는 120m로 일부 구간은 고속도로를 관통했다.
이들은 땅굴을 굴착해 송유관에 구멍을 뚫는 역할, 도유시설 개폐를 조작해 석유를 빼내는 역할, 석유를 빼내는 동안 망을 보는 역할 등을 분배해 조직적으로 범행했다.
도피 중 경찰 들이받아
A씨는 또 범행 후 도피 생활을 하던 중 경찰에 의해 체포될 위기에 놓이자 탑승해 있던 자신의 차량을 후진해 운전석 문으로 경찰을 들이받는 등 경찰관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년6월을, 같이 재판을 받은 B씨 등 3명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을 포함해 다수의 인물이 공모해 기능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조직,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며 "피해가 회복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피해자는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만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항소했고, 나머지는 1심에서 형이 확정됐다.
허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