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대 육박" …수출 업체엔 호재

환율 오르면 수입 원당·원맥·치즈값도 올라
수입 원자재값 상승에 韓유통가 '긴장'

시사 앤 뉴스 승인 2024.04.18 04:00 의견 0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육박하면서 식품 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환율이 올라 수입 원자재 가격이 뛰게 되면 국내 제품값에도 영향을 줘서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1400원을 돌파했다가 이날 오후 138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환율 상승은 식품업계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밀가루의 원료인 원맥과 설탕의 원료인 원당을 수입해 쓰는 업체가 많아 환율 변동에 민감해서다.

CJ제일제당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는 원당 매입에 8558억원, 원맥 구매에 3313억원을 들였다. 식용유 등을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대두를 사들이는데는 1조1430억원이 들었다.

원당의 주요 원산지는 태국, 호주고, 원맥은 미국, 호주, 캐나다다. 대두의 경우 주요 원산지는 미국, 브라질 등이다.

환율이 올라가면 수입에 의존하는 원당·원맥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제품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환율이 올라가면 원부자재 수입 가격이 올라간다"며 "장기화될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업계의 경우 슬라이스 치즈는 원료를 들여와 가공 생산하기 때문에 환율에 영향을 받는다.

커피음료, 주스 등을 생산할 때도 수입한 커피 원두, 과즙 등 원재료가 사용돼 환율이 오르면 가격 인상 압박이 생긴다.

유업계 관계자는 "결제 시점을 조정한다고 해도 이후 환율이 떨어진다는 보장이 없으니 비용 부담이 생긴다"며 "수입국 조정을 당장 할 수도 없고 환율 상승이 장기화되면 가격 인상을 해야 하나 고민이 커진다"고 말했다.

라면의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재료로 사용하는 밀가루 가격이 올라 부담이 되지만 매출이 수출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에 오히려 덕을 본다.

지난해 농심 전체 매출 약 3조4100억원에서 해외매출은 약 1조2500억원으로 37% 비중을 차지했다.

삼양식품 역시 총 매출 1조1929억원 중 수출이 8093억원으로 67.8%에 달했다.

이들 업체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면 해외 판매가가 떨어져 수출에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다.

농심 관계자는 "원자재 값을 대개 수개월 단위로 해서 지금 당장 환율 상승이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면서도 "수출 판매할 때는 고환율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은 유통업계에도 영향을 준다.

패션 업계의 경우 보통 6개월~1년전에 현재 시즌을 준비하고 옷을 만들어 팔기 때문에 당장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고환율이 지속된다면 원단, 물류, 인건비 등이 증가할 수 있고 제품가에 반영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속적인 글로벌 인플레이션, 환율 급등 등의 경제 상황으로 각 수입 브랜드마다 구매 시 소폭의 영향은 있을 수 있지만, 현재까진 균형을 맞춰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패션뷰티 주요 수입 브랜드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중심인데다가 원단, 부자재 등도 유럽에서 공수해 오는 경우가 많아 당장은 문제가 없다"면서도 "미국 달러로 거래 할 경우 약간의 영향은 있을 수 있고 브랜드마다 결제 화폐가 다르기 때문에 환율 인상이 미치는 영향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면세점의 경우 환율이 낮을 때 구매량이 늘어나는 만큼 고환율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면세점 가격이 국내 매장 가격보다 높아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매출에 영향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출 비중이 큰 뷰티 업계의 경우 환율이 오르면 수익성이 높아질 수 있다며 반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 측면에서 수익성이 높아지만 북미 국가에서는 인건비나 판관비 등을 보통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손해가 맞다"며 "이익과 비용이 상쇄돼 종합적으로 보면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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