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김태우, ... 1년도 못 채우고 물러나

집행유예 확정으로 구청장직 상실
서울 민선 8기 구청장 중 첫 사례

시사 앤 뉴스 승인 2023.05.19 04:00 의견 0
김태우 강서구청장. 2023.05.18.

'화곡도 마곡된다'를 외치며 화려하게 입성했던 김태우 강서구청장이 결국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김 구청장의 퇴진으로 강서의 구정 공백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김 구청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던 김 구청장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첩보와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공항철도 직원 비리 첩보, 특감반 첩보 보고서 목록, KT&G 동향보고 유출 관련 감찰자료 등 공무상 알게 된 비밀을 언론 등을 통해 폭로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 선고로 김 구청장은 직위를 상실했다. 공직선거법상 형사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 받은 경우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민선 8기 서울 자치구청장의 첫 조기 퇴진이다.

김 구청장은 지난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서울 강서구을에 출마해 낙선했다. 이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캠프에 합류, 당선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4월에는 "강서구를 확 바꾸겠다"며 구청장직에 도전장을 던졌다.

강서구는 그동안 진보의 텃밭으로 분류됐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노현송 전 구청장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선 연임으로 지역 기반을 다졌다.

김 구청장은 민주당의 12년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당시 35세였던 김승현(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선 김 구청장은 51.30%의 지지를 얻어 보수 성향 구청장의 복귀를 알렸다.

부임 직후 김 구청장은 후보 시절 외침대로 화곡동 지역 살리기에 역량을 쏟아 부었다.

원도심개발팀과 모아타운팀을 신설해 화곡동 등 원도심 재개발, 재건축의 초석을 다졌고, 원도심 활성화(재개발·재건축) 조례를 제정해 전담조직, 민관합동 추진위원회 구성의 기반을 마련했다. 강서구는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79곳의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 중 24만㎡, 5580호로 최대면적이자 최대 공급물량을 확보했다.

원도심 활성화 뿐 아니라 방화동 건설폐기물처리장 이전 등의 현안들을 추진하던 김 구청장은 대법원 선고로 모든 발걸음을 멈추게 됐다.

김 구청장의 재판 이슈는 선거 전부터 우려를 샀다. 구청장 출마를 선언하기 전 이미 김 구청장은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대로라면 당선 되더라도 보궐 선거가 유력했으나 국민의힘은 그를 구청장 후보로 밀어붙였다.

김 구청장은 당선 후 "금품 수수 같은 문제가 아니고, 잘못된 국가적 시스템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떳떳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공직선거법 제35조(보궐선거 등의 선거일)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보궐선거·재선거 중 3월1일부터 8월31일까지 실시사유가 확정된 선거는 10월 첫 번째 수요일에 실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강서구 보궐선거를 추석 일정을 감안해 10월4일이 아닌 11일에 열기로 확정했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김 구청장의 부재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강서구는 구청장 없는 5개월을 보내게 됐다.

김 구청장은 직위 상실 이후 "반드시 다시 돌아와 서울에서 가장 살기 좋은 친환경 한강 수변 도시 '강서구 르네상스'를 이끌겠다"고 외쳤지만 기약은 없다.

보궐선거 전까지 박대우 부구청장이 권한대행으로 강서구 행정을 돌본다. 강서구측은 "부구청장 대행 체제로 사업들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홍근 기자 catn.news@gmail.com

저작권자 ⓒ 시사 앤 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