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전면 시행 ... 시기 또 미뤄졌다.

오는 12월2일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먼저 시행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일방적인 결정"
준비 미흡 지적·환경 정책 후퇴 우려도

시사 앤 뉴스 승인 2022.09.24 00:34 | 최종 수정 2022.09.30 09:27 의견 0
지난 13일 서울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2022.09.13.

한 차례 유예됐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면 시행 시기가 또다시 미뤄졌다. '선도지역'에서 먼저 실시한 뒤 확대 로드맵을 짜겠다는 구상인데, 전국 단위 시행 계획 축소를 두고 환경 정책 후퇴 우려와 함께 환경부의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환경부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오는 12월2일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먼저 시행된다. 지난 6월 전국 단위 시행 계획을 6개월 유예한 뒤 발표된 '보증금제의 원활한 시행을 위한 제도 추진 방안'이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음료 판매 시 일회용컵에 자원순환보증금을 포함하도록 하고, 사용한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반환하는 제도다. 점포 100개 이상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음료·제과제빵·패스트푸드 업종을 대상으로 한다.

이번 환경부의 추진 방안에 따르면 대상 매장은 기존 전국 3만8000여개에서 580여개로 대폭 축소된다. 환경부는 제도 적용 대상이 되는 브랜드를 조사해 본 결과 비표준 용기 비율이 47%에 이르는 만큼, 이를 표준 용기로 전환하는 과정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더해 여러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준비 과정에서 확인했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논의 과정에 참여한 환경단체와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등은 정책 후퇴, 역행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경부에서 논의 없이 축소 시행 계획을 알려왔고, 반대했음에도 일방적으로 발표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5월부터 환경부와 일회용컵 보증금제 관련 회의를 17차례 진행한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은 이날 자료를 내고 "전국 실시, 사각지대 없이 실시한다는 환경부의 설명에 카페사장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세부내용의 많은 부분을 양보해 협상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논의나 통보도 없이 일방적 결정을 내리고 발표한 환경부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녹색연합, 녹색소비자연대,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한국여성소비자연합도 이날 오후 환경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다. 이들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라며 "이번 환경부의 발표는 국정과제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수도권 등 프랜차이즈 매장이 밀집한 지역이 아닌 일회용컵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이 이미 추진 중인 제주도와 관가가 밀집한 세종시를 선도 시행 지역으로 선정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보여주기식 결과만을 위한 지역 선정이라는 취지다. 선도 시행 사업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인센티브 계획만 제시됐을 뿐 전국 단위 시행 계획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미 지난 2020년 6월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예고됐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환경부는 2년여간의 준비와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반발을 마주칠 때마다 환경 정책이 지속해서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서울환경연합 박정음 자원순환 활동가는 통화에서 "제도를 계속 후퇴시키는 건 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퇴행을 반복할 거라면 앞으로의 계획이라도 명확히 밝혀야 하는데, 그런 계획도 없어 보인다. 제도를 제대로 시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시사앤뉴스 허재원 기자 www.ca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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