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 이르면 오늘 판결
서울고등법원, 이번 주 중 집행정지 항고심 판결
집행정지 신청 인용 시 내년도 의대 증원 '보류'
신청 기각·각하 하면 남은 의대 증원 절차 '속도'
시사 앤 뉴스
승인
2024.05.16 09:02
의견
0
16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이날 또는 다음날(17일) 의대 증원 관련 집행정지 항고심을 판결한다.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전공의와 수험생 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 증원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기일에서 재판부가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 증원의 최종 승인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복지부와 교육부는 의대 증원과 관련한 공식적인 절차를 잠정 보류하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법원의 요구에 따라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의 절차와 논의 내용 등을 담은 정부의 근거 자료도 지난 10일 재판부에 제출했다.
보건의료에 관한 주요 정책을 심의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의 회의록을 비롯해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회의 결과 등 총 49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료계에서 요구하던 의대정원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 회의록 등은 재판부 요청이 없었다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근거 자료가 부실하다고 주장하는 의료계와 충분한 숙의를 거쳐 증원을 추진했다는 정부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붙기도 했다.
법원은 정부가 낸 자료들을 토대로 내년도 의대 2000명 증원이 합당한 근거와 절차에 따라 도출됐는지 따져보게 된다.
2035년 의사 수가 1만여명 부족할 것이란 추계에 근거해 2000명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정부 주장을 받아들일지, 의대 증원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의료계 주장에 손을 들어줄지 이목이 집중된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 의료계가 염원하던 대로 정부가 추진하던 의대 증원 절차는 잠정적으로 중단된다.
정부가 즉각 재항고 하더라도 2025학년도 대입 일정을 감안하면 내년도 의대 증원은 사실상 물 건너 가버린다.
대학들은 이달 말까지 2025학년도 대입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해야 하는데, 그 전에 의대 증원분이 반영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부터 승인 받아야 한다.
증원 정책의 효력이 정지된 상황에서 대교협이 의대 증원분이 반영된 대학들의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무리하게 승인하기란 쉽지 않다.
수시 모집요강 발표까지 보름 남짓 남겨두고 정부가 법원 판단을 다시 받아서 결과를 뒤집는 것도 불가능해 보인다.
정부가 내후년 입시에 증원분이 반영되도록 관련 절차를 이어가겠지만 정책의 동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지난해 6월께부터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이 예고됐던 만큼 입시 현장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반대로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각하 결정을 내릴 경우 내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서 남은 절차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원회는 예정대로 대학들의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심의해 이달까지 각 대학에 통보하고, 대학들은 이를 반영해 학칙을 개정하고 홈페이지에 수시모집 요강을 발표하면 '의대 증원' 작업은 최종 마무리된다.
이처럼 재판부의 이번 판결이 의대 증원의 운명을 판가름하는 셈인 만큼, 정부와 의료계는 막판까지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법원에 제출한 자료들은 의대 정원 증원의 필요성이나 과학적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고 수많은 주요 회의는 모두 요식행위에 불과했음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행정부의 잘못된 정책 집행으로 인한 일파만파의 피해는 의료시스템의 파국과 함께 사회적 대혼란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통해 "지금도 의사단체에서는 의대 증원 찬성 의견을 낸 인사들을 공격하고 압박하는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며 "의사단체가 단체 내부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압박·공격하는 일부 관행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허재원 기자
저작권자 ⓒ 시사 앤 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