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간 송영길 기자만 만나고 갔다. VS 檢 "압수물 분석부터"

지난주 자택 압수수색…압수물도 분석해야
관련자 조사 먼저 진행해야 송영길 부를 듯

시사 앤 뉴스 승인 2023.05.02 22:53 의견 0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 검찰 출입을 거부 당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3.05.02.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조사를 받겠다며 서울중앙지검을 찾았지만, 검찰이 추후 소환을 통보하겠다고 해 조사는 불발됐다.

송 전 대표는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했다. 그러나 검찰은 협의되지 않은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송 전 대표를 만나주지 않았다.

검찰은 수차례 '수사 계획'에 따라 필요한 때에 송 전 대표에게 출석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을 통해 소환 요청 후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 되고, 이날 출석한다고 해서 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선 송 전 대표를 조사할 때가 되지 않았다고 봤다.

이번 의혹의 핵심은 2021년 5월2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송 전 대표 캠프 내 윤관석 의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등이 현역의원 10~20명과 지역본부장 등 수십명에게 돈 봉투를 살포했다는 것이다.

송 전 대표는 당시 캠프의 최종 책임자이자 돈 봉투 살포가 있었다면 그 수혜를 입은 인물이다. 통상 수사 절차를 감안하면 검찰이 송 전 대표를 수사 막바지에 소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이성만 민주당 의원이 이 전 부총장과 통화하면서 "내가 송 있을 때도 같이 얘기했다"고 하는 대화 녹음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화는 '돈'과 관련된 것이었으며, 시기는 2021년 3월 말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감사는 2021년 4월10일께 이 전 부총장과 통화하며 "영길이 형이 뭐 어디서 구했는지 그런 건 모르겠지만 많이 처리를 했더라고"라고 말했고, 이 녹음 파일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돈 봉투를 직접 의원들에게 살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이 확보한 녹음 파일에는 윤 의원이 직접 "내가 회관 돌아다니면서 만나서 처리하거든"이라고 말하는 대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이자 정무조정실장을 맡았던 박모씨에게 '윤. 전달했음'이라는 메시지를 텔레그램으로 보냈다는 의혹도 있다.

검찰로서는 송 전 대표 조사 전 윤 의원을 불러 자금을 조성하고 살포하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 이 의원에게 '송 있을 때도 같이 얘기했다'는 발언의 의미는 무엇인지, 박씨를 불러 이 전 부총장의 메시지 의미와 송 전 대표에게 보고했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윤·이 의원과 박씨는 현재까지 검찰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 전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씨에 대해서는 소환을 했다고 하는데, 아직 부르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9일 송 전 대표의 자택 2곳을 압수수색했다. 송 전 대표가 세운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 사무실 등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 1일에는 송 전 대표 캠프 지역본부장 등 캠프 관계자들을 상대로 추가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지난 주말에도 압수물 분석 등 작업을 진행했지만, 물리적으로 휴일이 지난 이날 송 전 대표를 바로 조사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송 전 대표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다음날 제출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는데, 이 역시 포렌식 및 분석 작업을 거치려면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는 조사 불발을 비판하며 수사를 신속하게 종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이날 조사 불발 후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전 부총장 개인비리 사건에서 별건수사로, 또 송영길 주변에 대한 이중 별건수사를 하는 탈법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변사람들에 대한 비겁한 협박, 별건수사를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주변사람 대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송 전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정치적인 발언이며 모순적인 주장이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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