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죄 없는 죄 만들기"

시사 앤 뉴스 승인 2023.03.20 00:26 의견 0
'죄 없는 죄인 만들기'. (사진=원더박스 제공) 2023.03.18.

10명의 범인을 놓치는 것보다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사법제도의 대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잘못된 유죄판결로 억울하게 수감되는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 왜 이런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걸까?

마크 갓시 미국 신시내티대학 법학과 교수는 책 '죄 없는 죄인 만들기'(원더박스)에 죄 없는 죄인들을 만들어내는 검경 및 사법 시스템의 잘못된 관행을 담았다. 확증 편향과 과학 수사의 오류, 비인간화와 부패, 검사와 판사의 정치적 야심, 국선 변호인의 낮은 질, 기억의 오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꼬집는다.

전직 검사 출신인 갓시 교수는 "우리 형사사법제도는 정의의 여신처럼 눈을 가린 채 정의를 실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불의에 눈감고 있다"며 잘못된 유죄판결로 이어지는 심리적이고 정치적 요인들을 검사 경험을 바탕으로 풀어냈다.

미국에서는 지방 검사장과 주 판사를 선거로 뽑는다. 대중은 범죄에 강경한 후보자를 선호하기 때문에 검사장과 판사들은 흉악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을 유죄판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유죄를 이끌어내려는 검경의 의욕에 반해 피의자들은 충분한 수준의 변호를 보장받지 못한다. 사람들은 호화 변호인 군단이 재벌이나 유명인을 변호하는 장면을 주로 보지만, 실제로 다수의 형사피고인들은 국선변호인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국선변호인들은 업무는 너무 과중한데 보수는 너무 적어서 적절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한 일화에서 어떤 국선변호인은 비용 청구가 안된다는 이유로 수감 중인 자기 의뢰인으로부터 걸려온 수신자부담전화도 받지 않았다.

오판에 관여하는 인간의 심리 결함에 대해서도 짚었다. 놀랍게도 목격자의 잘못된 범인식별 증언은 단연코 잘못된 유죄판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미국에서 이뤄진 325건의 무죄방면 가운데 235건, 즉 72%가 목격자의 범인식별 증언에 오류가 있었다. 여러 심리학 연구가 보여주듯이, 인간의 기억은 오염되기 쉽고, 아무리 확신하는 기억도 틀린 것일 수 있다.

그는 "인간 심리의 타고난 결함과 정치적 압력이 어떻게 형사사법 분야의 행위자들인 '경찰관, 검사, 판사, 변호사'가 불공정한 행동을 하게끔 만들고, 스스로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다"며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만들지 않기 위해 사법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사앤뉴스 류홍근 기자 www.ca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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