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설가 박범신 "사랑만이 가장 큰 권력이다"

산문집 '두근거리는 고요' '순례' 출간

시사 앤 뉴스 승인 2023.05.02 04:00 의견 0
'두근거리는 고요'(왼쪽), '순례'. <사진=파람북>

박범신 작가가 데뷔 50주년을 맞아 두 권의 산문집 '두근거리는 고요'와 '순례'를 냈다.

'두근거리는 고요'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최근에 발표한 글이 담겼다. 고향 논산으로 내려간 뒤의 일상을 털어놓으면서 자본에 점령당한 현대사회의 불평등구조와 부조리를 통렬히 비판한다.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사랑만이 가장 큰 권력이다"로 요약된다. "사람에겐 세속의 욕망 말고도 완전한 사랑이나 신과 가까워지려는 초월적 욕망이 있다"며 "이루지 못할지라도 그것을 품고 살아야 삶의 품격을 얻을 수 있다, 영원이든 신이든 행복이든, 따져보면 모든 게 사랑이라는 이름의 길로 통합된다"고 강조한다.

'순례'에는 지난 50년의 문학을 돌아본 소회가 담겼다. 그는 "나에게 소설쓰기는 늘 홀림과 추락이 상시적으로 터져 나오는 투쟁심 가득 찬 연애와 같았다"고 고백한다. 죽을 때까지 현역작가로 시종하겠다고 말해온 그가 최근 몇 년간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된 계기와 그것이 불러온 사회적인 파장, 그로 인해 받았던 상처와 고통도 털어놓았다.

'순례'의 앞의 1, 2장은 오래전 출판했던 히말라야와 카일라스 순례기를 각각 삼분의 일 정도로 압축하고 새로 다듬은 글이며, 뒤의 3, 4장 산티아고 순례기와 폐암일기는 최근에 집필한 글이다. 작가는 2019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폐렴을 얻었고 돌아와 폐암 판정을 받았다.

인생 자체가 결국 순례이며, 육체의 한계를 정면으로 맞닥뜨리면서 겪는 병고의 여정 또한 하나의 순례임을 감안해 폐암일기를 같이 묶었다고 밝힌 그는 "글 쓴 시기는 사뭇 다르지만, 평생 그리워 한걸음으로 걸어온 날들이 맞춤하니 한통속인지라 어색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허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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