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N번방 이후 인터넷환경은...온라인플랫폼 첫 점검결과 발표

‘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시민감시단’ 801명, 국내외 포털?SNS 등 35개 플랫폼 모니터링
불법촬영물 등 디지털성범죄 게시물 16,455건 신고, 신고시스템?삭제여부 등 점검

시사 앤 뉴스 승인 2022.06.30 07:41 | 최종 수정 2022.06.30 07:58 의견 0

‘n번방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긴 이후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흘렀다. SNS, 포털 등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인터넷 환경은 ‘n번방 사건’ 이후 얼마나 달라졌을까.

서울시는 시민 801명으로 구성된 ‘디지털 성범죄 시민감시단’을 통해 4개월 간 35개 온라인 플랫폼의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 신고시스템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분석해 29일(수) 발표했다. ‘n번방 사건’ 이후 시민의 시각으로 시민들이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 환경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실제로 점검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디지털 성범죄 시민감시단’은 작년 7월~10월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다음, 네이버, 구글 등 국내‧외 포털과 SNS, 커뮤니티 사이트 35개 온라인 플랫폼에서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 총 16,455건을 신고했다.

게시물이 신고처리 되었다는 안내를 받은 것은 이중 68.3%였다. 신고된 게시물 가운데 66.1%는 삭제 등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신고한 후 삭제 등 조치가 이뤄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7일 이상’이 42.5%로 가장 많았고, 1일 이내 처리는 20.1%였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 게시물을 유형별로 보면 노출 사진 등을 유통‧공유(70.8%)하는 경우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여자친구, 가족 등 지인의 사진을 올리고 성적으로 희롱하거나, 탈의실 등 사적공간에서 불법으로 촬영한 사진을 유포하는 경우도 많았다.

우선, 신고 게시물에 대한 ‘신고처리 안내’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 살펴본 결과, 신고처리가 되어 있다는 응답은 11,238건(68.3%)이었다. 신고처리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응답은 5,217건(31.7%)으로 대체로 신고처리 안내가 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번방 사건’이 보도되기 전인 2019년도와 비교하면 ‘n번방 방지법’ 제정 이후 온라인 플랫폼의 신고처리 안내 기능이 활성화되고 시스템 편리성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

신고 게시물에 대한 조치 결과를 살펴보면 총 16,455건 중 5,584건(33.9%)은 삭제 등의 조치가 이뤄졌지만, 10,871건(66.1%)은 별다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부적인 조치 사항은 삭제가 3,047건(54.6%)으로 가장 많았고, 일시제한 1,419(25.4%), 일시정지 1,118건(20%) 순이었다.

다만, ‘n번방 사건’ 이전보다는 신고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의 조치가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시민 감시단 활동 결과를 보면 삭제 등 조치가 이뤄진 게시물은 22.8%(592건), 삭제되지 않은 게시물은 77.2%(2,002건)으로, 신고된 게시물 5개 중 1개만 삭제 조치됐다.

시민감시단이 온라인 플랫폼에 신고한 게시물이 조치되는데까지 소요된 시간은 7일 이상이 42.5%로 제일 높게 나타났다. 1일 이내 처리는 20.1%였다.

신고에 대한 처리결과 통보율은 해외 플랫폼(50.2%)이 국내 플랫폼(40.3%)에 비해 더 높은 반면, 신고 게시물에 대한 삭제 등 조치율은 국내 플랫폼(37%)이 해외 플랫폼(23.1%)보다 더 높았다.

신고 게시물의 피해자 성별은 여성이 13,429건(81.6%)으로 남성 1,390건(8.4%)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피해 연령대는 성인 9,075건(55.2%), 식별곤란 4,680건(28.4%), 아동·청소년 2,700건(16.4%)으로 순이었다.

신고 게시물을 범죄유형별로 보면 ▴유통·공유 11,651건(70.8%) ▴비동의 유포·재유포 7,061건(42.9%) ▴사진합성·도용 4,114건(25.0%) ▴불법촬영물 3,615건(22.0%) ▴성적괴롭힘 3,230건(19.6%) ▴온라인그루밍 1,887건(11.5%)이 뒤를 이었다.

서울시가 ‘디지털 성범죄 시민 감시단’에 참여한 221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 결과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을 봤을 때 ‘플랫폼에 신고한다’는 응답은 시민 감시단 활동 전 54.5%에서 활동 후 91%로 대폭 증가했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94.1%로 참여 시민 대부분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들은 온라인 플랫폼이 우선적으로 취해야할 조치로 ‘디지털 성범죄 게시물을 게시한 계정에 대한 강력한 규제(이용중지·폐쇄)’(92명, 41.6%)를 꼽았다. 이어서, 업로드 차단(필터링) 49명(22.2%), 신고기능 편의성 및 접근성 향상 36명(16.3%), 삭제·차단 신속처리 29명(13.1%) 순이었다.

서울시는 이번 ‘디지털 성범죄 시민 감시단’의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과 함께 보다 안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한 캠페인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시민들의 인식개선을 위한 예방교육 및 매뉴얼 보급 등 예방 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 3월 29일 개관한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상담-삭제지원-피해자 지원에 이르는 원스톱 지원을 제공한다.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는 개관 3개월 만에 삭제지원 1,035건, 법률‧수사지원, 심리치료 지원 등 2,015건을 지원했다.

또, 시는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개발·운영 중인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을 공동 활용해 피해 영상물을 신속하게 삭제·지원한다.

시민감시단 활동에 참여한 오주영씨는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로서 아동·청소년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는데 앞장서서 활동 하겠다”고 밝혔다.

시민감시단 활동 분석을 담당한 성균관대학교 김기범 교수는 “‘n번방 사건’ 후 정보통신망법 등 법률을 개정하고, 플랫폼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디지털 성범죄 대응역량이 많이 개선되었다”며, “앞으로도 디지털성범죄의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플랫폼의 처리기준도 유사하게 맞춰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디지털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 기업의 적극적인 삭제 조치가 필요하다”며, “서울시는 시민, 플랫폼 운영 기업 등과 함께 보다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예방부터 피해자 지원에 이르는 통합적인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시사앤뉴스 류홍근 기자 www.ca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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